Sunday, September 5, 2010

한 건축 (번역)도서의 문제점에 대한 소고

모 출판사의 정체가 모호한(번역서인가, 해설서인가) 한 도서에 대해서 약간의 (혹은 매우 큰)  문제점을 느끼고 출판사 측에 문의를 넣어놨다. 개인 출판사 같기도 한데 건축출판을 주로 하고 있고 출판한 서적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영세해 보여서 조금 망설이다가 맘을 정하고 메일을 날렸다. 이건 다른 문제니까. 문제를 느낀 책은 2009년 3월에 구입했던 책으로 일부 내용을 읽어 보고선 이미 약간의 의혹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 읽지 못하고 한쪽에 치워 두었다가 이틀전에 다시 눈에 밟혀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 의혹이 확신으로 바뀌게 됐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원서를 이 책보다 1년여 앞에 이미 구입해서 일부 내용을 읽은 상태였다.(전부 읽기에는 벅차)

본 서적은 내용과 형식이 외국 서적의 해설서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읽어 나가다 보니 해설서가 아니라 번역서라고 해야 하는 책이었다. 원서를 일부나마 읽어 보았기 때문에 파악 할 수 있었던 부분. 그냥 그렇다면 별 문제 될것이 없을 텐데. 정확히 문제를 느끼는 부분은 이책의 저자라고 되어 있는 사람이 엄연한 남의 저작의 번역물에 자기 이름을 올려서 자신이 원서에 대해 해설을 하는 형식, 즉 자신의 저술인 것처럼 글의 문장을 (교묘하게) 바꾸면서 책을 썼놨다는 데 있다. 원서를 접하지 않은 독자의 입장이라면 100% 이 저자라고 되어 있는 사람의 2차 저술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형태인데 사실은 책 전체가(일부분을 제외하고) 번역한 문장의 어미와 몇몇의 주어를 바꿔치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전체 사백육십 페이지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가령 "원저자-실제로는 원저자의 이름을 거론함-는 '이렇게' 주장하는데 타당해 보입니다." "원저자는 '누구의 주장'을 끌어와 '이렇게' 설명합니다."등으로. 여기서 '이렇게'부분은 원문의 문장을 번역한 문장에 다름 아니다. 의도가 충분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나머지 손보지 않은 문장들은 말 그대로 번역문 그자체이다.)
엄밀히 말하면 원서의 번역문 통째로 자신의 저작(해설서)인 양 도용했다고 봐야한다.
사실 아직 전체의 책을 읽은 것은 아닌데 (이 책도 원서도..이 책은 읽을 수록 불편해져서, 원서는 원서라서;;) 섣부른 판단을 하는건 아닌가 싶어 책의 뒷부분을 무작위로 비교해 보았는데 뒷부분도 같은 상태. 확신할수 밖에 없는 해설서를 가장한 번역물.

책의 구성에서 중간에  배경지식을 설명하는 부분을 두 챕터 추가해 놓았는데(본문내용과 별도로) 이 부분을 들어 2차 저작물이라고 주장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번역서에서도 번역자가 관련 배경지식을 추가해서 싣는 경우가 많다고 해야 하니까. 그리고 책의 내용중에서도 일부 저자가 추가한 부분이 눈에 들어 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번역부분이 없어 지는 것은 아니다. 번역부분의 중간중간 글의 흐름상 문제 없는 부분에 자신이 쓴(이것 조차도 책의 다른 부분의 내용을 가져다 쓴것은 아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몇 문장을 배치해서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는 의혹, 즉 번역물을 교묘하게 자신의 저작인 듯이 출판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지 또다른 의혹을 불려 일으킬 뿐이다. 그리고 확인된 부분에 한해서지만 이런 문장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목까지도 자신이 원서의 내용을 해설 한 듯한 느낌을 풍기는 것으로 달았는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일부 첨가된 문장외에는 역시 원서의 서문 부분을 그대로 번역해서 문장의 형태만 손본것에 지나지 않는다.
출판사 문의 메일에는 최대한 점잖게 표현을 했지만 사실 이정도면 경악할 수준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다. 최대한 양보해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하더라고 저자(라고 되어있는 사람)의 윤리 의식은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작권(copyright)까지도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표기를 해 놓았는데 원저자의 권리는 어디로 갔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부분.
프로필에 설명해놓은걸 보니 원저자의 학문적 영역과 관심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이는데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기본 소양이 의심스럽다.

영세한 출판사에서 원저자와의 저작권관련 계약을 맺는 것이 어려워 이런 형식을 취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원저자가 자신의 책에 대한 번역을 원하지 않는 가운데 번역자가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형식을 취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저작권료를 절약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썼을지도 모른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내가 가지는 의문과 문제제기는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내가 출판사의 사정을 감안하고 글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법에서 자유롭다고(법적으로도 사실 자유로워 보이진 않는다) 윤리적으로 자유롭다고 할수 없는 문제니까. 더군다나 독자에게서 자유로울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출판사와 저자(라고 되어있는 사람)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해 놓았다.

그렇다고 저자(라고 되어 있는 사람)의 번역의 노고까지 무시 하는 건 아니라는걸 얘기해야겠다. 출판사 문의 메일에도 적었지만 오히려 번역서라고 하면 좋은 번역에 속한다고 볼수 있는 수준이다. 저자(라고 되어 있는 사람)이 책의 내용과 원저자와 관련된 분야에 관심을 유지하고 공부하고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라서 이정도 수준의 번역이 가능 했으리라. 나의 불만과 의혹은 이런 좋을 뻔한 번역물에 자신의 이름을 저자로 올린 이유(굳이 해설서 형식을 '가장'하면서)에 대한 것이다.

건축 관련 번역서의 품질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은 계속 있어왔고 새로운 번역물이 나오면 내용보다도 번역이 읽을 만한 수준인가부터 살펴봐야 할 정도로 번역의 질이 들쑥날쑥한게 현실이다. 원서를 일일이 찾아 구입해서 읽을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돈과 읽는 노력과 시간이라니;;)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 구입한다고 봐야 할 거다. 결코 책의 품질에 만족해서 구입하는게 아니다. 그런 가운데 이 정체가 모호한 책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서 건축 번역서적의 품질 문제에 윤리문제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혹시라도 이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 제기에 대해 의아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냥 책 샀으면 읽으면 그만 아닌가. 내용에 문제만 없으면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저작물이 반가운게 아닌가. 번역서면 더 잘 됐네. 그냥 원서 덮고 읽으면 되겠네. 등...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들의 침묵이 나중에는 어떤 문제가 되서 돌아올지. 우리가 두 손에 받아든 (건축)번역서들을 다시 한번 돌아 보고 생각해볼 문제인것 같다.

메일을 보내 뒀으니 며칠 내로 회신이 있을터.
회신 내용이 어떨지 기대된다. 흠.
일단 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을 듣기 전이므로 책의 제목, 저자, 출판사는 밝히지 않음.


다음 기회엔 말이 나온김에 건축 번역서의 번역 품질에 대한 불만을 얘기 해봐야겠다. 모 출판사의 출판물 경우에는 할말이 많다. 흙..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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